80일간의 세계일주 (5) – 북 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9월 17일 (토) – 4시간의 외출, 뮨헨을 구경하고 돌아 오다
새벽에 이스탄불을 떠났다. 한시간 반을 날아 10시에 독일의 뮨헨공항에 도착하였다. (시계를 한시간 뒤로 돌리고) 우리가 갈아 타는 ‘코펜하겐’행 비행기는 5시간 후인 오후 3시에 있다.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궁리하다가 공항을 빠져 나가 뮨헨시내를 구경하고 돌아 오자는 기발한 착상을 하게 되었다..
공항 인포메이션에 가서 얻은 뮨헨 시내지도와 지하철 일일 가족권을 $20에 사서 시내로 향했다. 45분이 걸려 도착한 곳은 시내 중심지인 “마리엔느 프라자 역” 이였다. 지상으로 나가 보니 그만 입이 딱 벌어졌다. 고풍어린 그리고 너무나 당당한 “베드로 성당”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고, 토요일을 맞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비가 오고 있었음에도 몰려 다니고 있었다. 정오에 은은히 울려 퍼지는 “신 시청탑”의 종소리는 우리가 독일에 와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주위 거리를 걷다가 “성모 마리아 교회”에 들어 가 경건한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이렇게 2시간 동안 뮨헨시내 구경을 잘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공항에 무사히 돌아 오니, 우리 부부 참 구경 한번 잘하고 다닌다는 소리듣겠다.
드디어 북구의 관문인 덴마크의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시내 호텔까지 무엇을 타고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오는 이곳 시민의 호의로 그녀의 가족권 버스표에 편승하여 중앙역까지 오게 되었다. 택시를 타려니 운전기사가 그 호텔이 바로 다음 블럭이니 그냥 걸어 가는게 낫다고 한다. 북구의 첫인상이 좋다. 여하튼 오늘부터 12일간 ‘자연 경치’의 백미라 일컷는 “스칸디나비아” 구경에 나선다.
이번에도 ‘코스모스 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개별적으로 차를 몰고 다니기에는 너무 광활하고 호텔비도 비싸고 물가 또한 세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12일 여행에 일인당 1400불씩 냈다. 오늘밤은 저녁을 같이 들면서 서로 인사를 나눈다 하여 정해진 식당으로 가니 약 40여명이 빽빽히 앉아 있었다. 얼핏 보니 동양인은 몇명되지 않고 대부분이 서양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모두들 같이 잘 지내고 건강히 돌아가길 바라면서 함께 어울렸다.
9월 18일 (일) – 코펜하겐을 하루에 다 보다
아침에 단체로 버스를 타고 코펜하겐 시내 관광에 나섰다. 2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에 중요한 관광지점을 가르켜 주고 비교적 먼 두 곳은 내려서 직접 관광하는 시간을 갖었다. 현재의 여왕이 검소하게 살고 있는 “아말리엔보르 궁전”으로 가 위병 교대식을 보았는데 털모자를 쓴 위병들이 귀엽게 보였다. 궁전 정원까지 개방되어 있어 국민과 친근한 여왕의 풍모를 볼 수 있었다. 그 옆의 “프레대릭 교회”는 그 웅장함이 인상적이었다. 또 버스를 타고 기쁨의 샘인 “게피온 샘”을 거쳐 안델센 동화에 등장하여 유명해진 “인어공주”상을 보러 갔다. 예상과는 달리 아주 조그마한 길이 80cm의 동상으로 다소 실망하였지만 그 사랑스런 모습으로 전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니 훌륭한 외교관이라 할 수 있겠다.
11시부터는 자유 관광이다. 우리 부부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오늘 하루에 “코펜하겐”을 전부 섭렵할 각오를 다지며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 매었다. 우선 “티볼리 공원”을 거쳐 관광의 시발점인 “시청앞” 광장과 보행자 전용도로로 코펜하겐의 명동이라 할수 있는 “스트뢰이어”(보행자 거리)를 죽 걸어 다니며 여러 교회의 웅장한 건물과 유명상점과 카페들을 구경하였다. ‘성모교회’에 들어 갔을때는 마침 예배중이라 참석하고 끝난후 커피 대접을 받았다. 운하를 건너 “크리스티안스보르 섬”에 갔는데 그곳은 현재 국회의사당과 각종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건축미가 뛰어난 “옛 증권거래소“ 건물이며, 안델센이 마음을 두고 의지했던 “니콜라이 교회” 그리고 200 m를 나선형으로 걸어 올가 가 있는 40m높이의 “원형탑” 과 그곳에서 본 뾰족한 적갈색 지붕으로 뒤덮인 코펜하겐 시내가 인상적이었다.
국립박물관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고대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덴마크”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 중 옛날 비석에 씌여진 상형문자가 라틴어의 알파벳의 기초가 되었다는 것과 서기 1000년경의 바이킹 시대의 옷과 무기 그리고 배의 파편들이 얼마나 전쟁을 많이 했나를 보여주고 있었다. 비싸게 주고 들어갔는데 전혀 표검사를 하지 않는다. 그냥 들어 갈껄 그랬나 보다라며 나오는 길에 다른 사람에게 표를 주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로젠보르 궁전”과 “로젠보르 정원”은 그 아름다움이 빼어났다. 운하를 따라 걸쳐있는 “뉴하운” (뉴하버)은 뱃사람들의 거리였으나 지금은 카페 거리로 바뀌어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오늘 총 7시간을 쉬지않고 걸어서 단숨에 “코펜하겐”을 몽땅 구경했더니 몸이 많이 지친다. 아내가 오랜만에 한국음식이 생각난다 하여 마침 중국집 부페가 있길래 들어가니 아내는 순식간에 5접시를 집어다 먹는다. 이곳의 물가는 거의 살인적이엇다. 생수 작은 병 하나에 우리돈 4,000원 가까이 받는 곳도 있었고, 보통 간단한 점심이 2만원, 보통 저녁은 4 - 5만원이다. 하도 놀라 생수를 샀다가 물르기도 하고, 저녁은 그나마 저렴한 중국식 부페로 드니 둘이서 3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저녁을 들고 밤에 “스트뢰이어”를 통해 돌아오는데 길가 어두운 곳에서 ‘아리랑 ’피리소리가 들린다.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보니 어느 청년이 모자를 앞에 놓고 불고 있었다. 말을 걸어보니 대구에서 온 무전 여행 하는 한국청년으로 벌써 3개월째란다. 잠은 어디서 자냐 했더니 공원에서 잔다하여 측은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런 고생을 왜 하고 다니는지 그의 부모가 보면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긴, 나도 고등학교때 무전여행을 다니면서 얻어먹고 길에서 잠도 자고 했으니, 그게 젊은이의 특권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9월 19일(월) – 안델슨의 고향 오덴세에서
아침에 투어가이드가 우리 짐이 3개라고 하면서, 2개만 버스에 싣고 하나는 돈을 더 내든지 들고 타라서 하여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 짐은 작은 가방 2개와 베낭을 하나 추가했는데 비해 다른 사람들의 짐은 무지 큰 가방들이다. 그들에 비하면 무게나 부피로 우리가 훨씬 적은데 말이다. 여행이 끝나면 가이드와 운전기사에게 팁은 주는게 관례인데 그때 가서 보자고 별렀다.
코펜하겐을 떠나 서쪽으로 향했다. 얼마 가지 않아서 정말로 긴 다리가 해상에 떠 있었다. 육지 위를 다리로 가다가 금문교와 비슷한 사장교를 건너 또 한참을 그렇게 가는데 그 길이가 족히 10 km가 넘는 “스토아 벨트 해협다리” 란다. 알고보니 코펜하겐이 있는 곳이 대륙이 아닌 섬이란다. 좀더 달리니 유명한 동화 작가 “안델센”의 고향인 “오덴세”에 도착했다. ‘인어 공주’와 ‘성냥팔이 소녀’등 옛 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성 크누트 교회’와 그 뒤의 안델센공원에서 안델센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고 안델센 생가를 둘러보고 ‘안델센 박물관’으로 향했는데 그만 오늘이 월요일이라 휴관이란다. 돈이 않들어 좋긴 좋은데 좀 아쉽다. 이곳은 온통 안델센판이다. 위대한 인물 하나가 온 도시를 먹여살리는듯 보였다.
오후 내내 달려서 ‘오루후스’, ‘올부르크’를 거쳐 덴마크 최북단인 “프레데릭 타운”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서 내일 아침 페리를 타고 발틱해를 건너 스웨덴으로 간단다. 간단히 시내 구경을 하며 역사가 깊은 “교회”와 “원통형 포대”를 보았다. 묵고있는 호텔이 이곳에서 제일 좋은 SAS호텔인데, 항구에 연해있어 한눈에 바다 전경이 보인다.
덴마크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품이 몇개 있단다. 그 중에 하나가 “칼스버그 맥주”다. 그 회사는 기업이윤으로 미술관과 도서관을 짓는 등 사회에 그 부를 환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또한 그릇의 대명사인 “로얄 코펜하겐”도 이곳 제품이다.
호텔앞에 택시정류장이 있어 가만히 보니 ‘fly taxi’ 라고 씌어져 있어, 여기는 taxi 가 날아 다니나 싶어 물어 보았더니 fly 라는 택시회사란다. 여하튼 이름도 그럴듯하고 taxi 가 모두 ‘벤츠’니, 한번 타 볼만도 하겠다.
9월 20일 (화) -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땅을 하루에 다 밟다
아침 10시에 덴마크의 ‘프레데릭 타운’을 떠나 스웨덴의 ‘예테보리’에 페리를 타고 건넜다. 발틱해의 너른 바다를 망망대해 미끄러져가는 페리의 모양이 한마리의 백조 같다. 예테보리에 도착하니 집에 차와 같은 Volvo 가 많이 보여 친숙한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volvo본사와 공장이 이곳에 있단다.
스웨덴 서해안을 따라 2시간쯤 북상하니 노르웨이와의 국경이다. 오늘 하루에 세 나라를 거치는 셈이다. 스웨덴은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리게 되어있어 그냥 지나친다. 노르웨이 지역을 1시간여 달려서 수도 “오슬로”에 당도하였다. 노르웨이는 스칸디나비아 3국 중 북해에서 석유가 뿜어 나오기 시작한 후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며 따라서 물가가 제일 비싸단다. 그래선지 유독 유럽연합 (EC) 에 가입을 안하고 있는 나라다.
호텔 체크인 후 보행자 거리인 “칼스요한 거리”를 걸었다. 중앙역에서 시작하여 국회의사당, 국립극장, 오슬로 대학, 왕궁, 왕궁 정원이 일직선 상에 있었다. 국립극장 앞에는 “노라의 집”으로 유명한 “입센”의 동상이 서 있었고, 노벨 평화상 수상장소인 오슬로 대학의 ‘대 강당’에도 가 보았는데 이제는 시상 장소를 오슬로 시청으로 옮겼다 한다. ‘왕궁’은 보통 큰 저택처럼 검소하였고 그 앞에는 ‘칼스요한’의 동상이 서 있었는데 그는 노르웨이의 왕이 아니라 그 당시 이 곳을 지배했던 스웨덴의 국왕이었단다. 우리 같으면 역사 바로 세우기라 하여 길 이름을 물론 동상도 없애고 왕궁도 파괴했으련만 이것을 그대로 나둔것은 길이 잊지 말자는 결의라도 되는 듯 했다. 사실상 노르웨이는 그 동안 덴마크, 스웨덴의 지배를 받다가 실제로 독립한 것은 1905년, 그러니까 올해가 독립 100주년이 되는 의미깊은 해란다.
어두워지면서 이곳의 부둣가 번화가인 “아르케 브리게”거리를 걸었다. 수차례의 오슬로 대 화재로 인해 옛건물은 대부분 타 버리고 새로 신축한 건물들이 햇살을 더 받기 위해 지붕과 벽면이 모두 유리로 되어있어 화려하다. 무작정 부두를 떠나는 페리를 타고 그 앞의 가까운 섬을 왕복했는데 표 검사를 안해 무임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새로 지은 ‘시청사’ 는 밤에 보아도 그 자태가 웅장하다.
9월 21일(수) - 오슬로 선박박물관에서 바이킹의 후예를 보다
아침에 “비글랜드”공원으로 향했다. 넓은 잔디 광장에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였고 유명한 조각가 “비글랜드”의 조각품이 공원 곳곳에 널려 있었다. 모든 인간의 일상을 묘사해 놓은 난해한 조각품 200여점이 눈길을 끌었다. 인생의 축소판 같은 그의 작품에 대해 그는 일체의 설명도 없다하니 개인마다 각자의 느낌을 갖도록 하게 하는 것 같다.
국립미술관에는 ‘뭉크’의 어두운듯한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그 후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 우리에게 알려진 ‘오슬로 시청’의 대강당으로 갔는데 1층과 2층 곳곳에 대형 유화들이 걸려 있었는데, 이곳은 20년에 걸쳐 작품 공모를 통해 새로이 지은 시청사로, 오슬로시 창설 9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것이라 웅장하기 그지없다.
오후에는 페리를 타고 인근 박물관을 자유로이 구경하였다. 바이킹 시대에 건조되어 운항되다 귀족 주인과 같이 땅에 묻힌 바이킹 배를 복원하여 보여주는 ‘바이킹 박물관’과, 노르웨이의 항해 영웅 ‘헤르달’이 1947년 타고서 잉카문명과 폴리네시아 문명의 교류를 실증하기 위해 모험 항해에 나섰던 뗏목배 ‘콘티키’호와, 볏집으로 만든 ‘라1호’를 타고 1969년 이짚트에서 남미로의 표류 항해를 감행했고, 실패하자 1970년에는 ‘라 2호’로 재도전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콘티키 박물관’을 다녀왔다. ‘프람호 박물관’에는 ‘프람(전진)’이라는 배가 전시되어있었는데 이것은 난센, 아문젠이 몰고 북극과 남극을 정복한 위대한 배였단다.
시청앞 선착장 부두가 고깃배에서 빨갛게 익은 삶은 새우를 파는 아주머니가 있어 반 깡통을 사서 벤치에 앉아 까먹었는데, 싱싱해서 그런지 달다. McDonald가 있어 커피와 홍차를 사가지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예전에 ‘니스’에서 본 McDonald 가게가 최고의 전망이었는데 아니 이곳은 정말로 더 끝내준다. 부두에 바다에 요트에 유람선에 모든게 눈앞에 잡힌다.
이곳은 바다로 둘러 싸인 곳이어서 그런지 그리고 윤택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바다 곳곳에 요트 정박장이 있는데 마스트가 죽죽 솟아있는게 숲을 이룰 정도다. 오후 4시에 다시 버스에 올라 2시간 여를 달려 내륙지방인 ‘텔레마트’지역에 도착했다. 우리로 치면 설악산 가는 길의 강원도 초입이라고 할까. 내일은 버스 일정이 길어 500 Km를 달린다 하니 일찍 잠을 자 두어야겠다.
9월 22일(목) - 노르웨이의 피오르드는 환상적이었다
새벽 5시 30분에 잠을 깨 짐을 꾸리고 아침부페를 얼른 먹고 버스에 올라탔다. 1시간쯤 가다가 잠이 덜깬 상태에서 노르웨이에서 제일 크다는 헤달의 ‘Stave Church(목조 교회)’를 보고 다시 산길을 1시간 달려 노르웨이 최초의 산업박물관이라는 ‘류칸’으로 갔다. 이곳은 높은 절벽산에서 떨어지는 폭포물을 이용하여 유럽 최대의 수력 발전소를 1911년에 완공하고, 그 전기를 이용하여 비료 공장을 만들었는데, 그 부산물인 ‘Heavy water (중수)’가 원자 폭탄의 원료로 쓰일수 있다는 연구로 인하여 제 2차 세계대전시 독일과 구미 각국이 뺏고 뺏기는 전투를 벌였던 곳이라 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기억해 내니, 중수에 우라늄을 반응시키면 프로트늄을 얻을 수 있고 이게 바로 원자폭탄의 원료가 된다는 것이다. 핵폭탄 개발 경쟁에서 독일이 이겼으면 어떻게 되었을가? 하는 이야기도 그리고 종래는 미국이 먼저 개발하여 일본에 투하함으로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이야기며, 그 이론을 제공한 아인슈타인이 “후에 핵폭탄 제조에 쓰일줄 알았으면 차라리 시계수리공이 될 것”을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드디어 노르웨이의 진면목인 산과 호수와 바다와 폭포와 피요르드(협곡) 이 시작된다. 완만한 구릉에는 반듯한 땅과 그림같은 집들이 서 있고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높은 산에는 가는 실 같은 폭포가 죽죽 내려오고, 전국적으로 호수가 널려 있어 명경지수와 같이 거울에 반사되는 듯 하고, 터널과 터널이 계속 이어지면서 4시간 여를 달리니 드디어 피오르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피오르드는 빙하시기에 덮힌 얼음이 그 무게에 못 이겨 내려앉은 것이 마치 칼로 베어놓은것 같은 단애 현상으로 바닷가게 우뚝우뚝 쏟아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곳 노르웨이에는 베르겐을 기점으로 북쪽에는 내륙으로 200km들어간 ‘송네 피오르드’ 가 있고, 남쪽에는 내륙으로 160km들어간 ‘하당겔 피오르드’가 있다. 오늘은 ‘하당겔 피오르드’ 쪽을 버스를 타고 돌면서 구경하고 또 페리를 타고 협곡에서 그 절경을 감상 했다.
왕년의 수도이자 노르웨이 제 2의 도시인 ‘베르겐’에는 오후 6시 반에도착하여 짐을 풀었는데, 베르겐은 오슬로와의 경쟁심이 강하여 베르겐 시민이라 하지 노르웨이인이라 하지 않을 정도란다. 지리적으로 일년에 3분의 2가 비가 오므로 우산과 함께 태어난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단다.
9월 23일 (금) – 베르겐의 어시장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먹다
베르겐 시내 구경을 나갔다. 먼저 “어시장”이 시내 중심에 열리고 있었다.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리는 장인데 각종 신선한 생선과 과일들이 포장마차 형식으로 열린다. 새우 연어 게등을 삶아서 팔기도 하여 이따가 점심을 이곳에 와서 사 먹기로 하고, 인근 ‘성마리아 성당’ 에 갔다가 그 앞에 우체국이 있어 멋있는 ‘피오르드’ 사진 엽서 2장을 사서 재원이와 정아에게 간단한 편지를 썼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목조가옥들이 부두에 연하여 고풍스럽게 서 있었는데 이곳은 옛 ‘한자동맹’도시로서 독일의 무역거점이 됐던 ‘브르겐 거리’ 라 한다. 계속 걸어서 ‘옛 왕궁’에 올라 바다를 조망하였다. 시내를 무료로 순환하는 버스가 있다기에 정거장을 찾다가 시내 중심가 쇼핑거리와 분수가 있는 큰 호수 주위을 산책하게 되었는데 마침 햇빛이 쏟아지는 보기드믈게 좋은 날씨라 더욱 정취가 있었다. 인근 ‘도서관’에 들렸더니 ‘그리그’의 작은 방에 악보등이 진열되어 있어 혹시나 ‘솔베지의 노래’가 있나 찾아 보기도 했다. 이곳 노르웨이는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어 그 중 하나가 없는 사람을 위한 무료 버스시설인데, 우린 그걸 이용해 공짜로 시내일주 관광을 했다.
점심을 어시장에 나가 삶은 왕새우와 훈제 연어에 빵을 끼워 먹었는데 왕새우는 엄지 손가락만한 것이 알이 통통히 베어있어, 아내 말로는 새우먹고 배부른건 처음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싫컷 먹었다. 먹고난 후 이곳의 명물인 산악기차를 타고 ‘프레엔 산’정상에 올라 모처럼 좋은 날씨에 베르겐시내를 내려다 보면서 오후시간을 즐겼다. 내려와서는 노천까페에 앉아 이곳의 생맥주를 시켜 먹었는데 그 맛이 정말로 좋았다. 다만 값이 비싸서 우리의 500cc를 1만 3천원이나 받는다.
우리 일행은 총 42명인데, 말레이지아 4명, 인도계 영국인 4명, 일본 처녀와 우리 2명 총 11명을 뺀 나머지 32명이 영국 미국 호주등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혼자 온 일본처녀와는 아내가 가까이 지내 사진도 같이 찍고 하였는데 영국에서 1년간 유학하고 일본으로 돌아 가는 길이라 하고, 우리 일행중에는 1쌍의 미국 젊은이가 신혼여행으로 같이 다니고 있고, 말많은 호주 변호사부부, 혼자 씩씩히 여행하는 70대 노인, 또 혼자 시카고에서 온 50대 사진전문가, 미 프로리다에서 온 부부등 대부분 머리가 허연 60 - 70대 노인분들이다. 노후에 여행으로 여생을 즐기며 사는 그네들이 부럽기도 하다.
9월 24일 (목) – 세계 최대의 피오르드에 드디어 서다
아침에 ‘베르겐’을 출발하여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피오르드’구경길에 나섰다. 2시간여를 달리는데 우뚝 솟은 산들과 곳곳에 쉼없이 흘러내리는 폭포들과 크리스탈과 같은 호수들, 수십개나 되는 터넬들, 산등성이에 일군 밭에는 양떼들이 노닐고 뾰죽집은 모든게 엽서에 나오는 풍경이었다. 중간에 들린 해발 370미터의 절벽에 세워진 ‘스탈헤임 호텔’에서는 계곡 아래 절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드디어 ‘구드방겐’ 에 도착해서 페리를 탔다. 이곳은 세계 최대의 피오르드인 ‘송네 피오르드’의 가장 안쪽에 들어 앉아 높은 산들이 1000미터를 넘는 절경을 보여주는 ‘네르위 피오르드’와 ‘레르달 피오르드’ 를 따라 도는 3시간 짜리 페리 보트여행이다. 고개를 들어 쉼없이 둘러보니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의 비경중에 비경이었다. 중간에 비가 살짝내린후 눈부시게 뜬 ‘쌍무지개’의 선명함은 우리의 가슴을 환하게 해 주기도 하였다. 워낙 두터운 무지개라 ‘빨주노초파남보’ 다음에 ‘파남보’가 더 층층이 있는 희망의 상징인 무지개였다.
아쉬운 절경을 뒤로하고 ‘레르달’에서 페리를 내려 버스를 타고 계곡길을 계속 달렸다. 파란 하늘에 햋빛이 내려 쪼이고 주위의 높은 산봉우리와 이제 막 시작된 ‘노란색갈’ 단풍들이 온산을 뒤 덮고, 계속 이어지는 호수와 호수들이 노르웨이가 세계 제일로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몇 시간이고 이어지는 경치를 감상하고 보니 눈이 다 푸르게 변해 버리는 것 같다.
오후 6시에 지난 1994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릴리함메르’인근의 스키 휴양지인 ‘화르네스’에 도착하여 올림픽때 사용키 위해 지은 ‘쿼리티 호텔’에 여장을 풀고, 고급스런 식당에서 푸짐한 부페요리를 즐겼다. 돼지고기 수육이 나왔는데 그 맛이 김치만 있었더라면 ‘장군보쌈’ 맛에 비견할 만했다. 저녁식탁에 같이 앉은 미 프로리다에서 온 해군전역부부는 아버지때부터 군인가족이라 이사를 많이 다녀 아예 집이 없고 ‘올란도’에 이동주택만 있을뿐 이렇게 여행을 1년 내내 다닌다고 하니, 참 사는 것도 여러 방법이 있음을 느끼게 하였다.
9월 25일 (일) – 스웨덴에서 노르웨이 성가대 콘써트 공연을 보다
호텔을 출발하여 1시간 반을 달린다. 주위가 온통 크로스칸트리 스키장이고 곳곳에 스키 리프트가 있는 겨울 휴양지이다. 이곳중 한곳이 ‘릴리함메르’다. 11년전인 1994년에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이다. 특히 스키점프대가 위용을 갖추고 우뚝 서 있었고, 한편에는 ‘봅스레이’모형 시뮬레이더가 있어 그 속에 들어 가 실제 경험을 하는 곳이다. 나는 1987년 칼가리에 갔을때 카나다 올림픽선수들과 실제로 함께 탔다가 혼 난 적이 있는 ‘봅슬레이’라 특별히 눈길이 갔다.
이제 2시간만 더 달리면 노르웨이는 끝이다. 노르웨이 최대의 호수 ‘미호사’를 따라 뻗어있는 광활한 대지와 쭉쭉 뻗은 나무숲이 정말 부럽다. 우리가 노르웨이 산악지방을 지날때 150개의 터넬을 지났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그 숫자에도 놀랐지만 그 옛날 어떻게 터널공사를 하였는지 외경심을 느꼈다.
오후 2시 스웨덴으로 들어 왔음을 버스안에 울려 퍼지는 경쾌한 ‘아바’의 노래로 알 수 있었다. 그 중에는 ‘맘마미아’도 있었다. 스웨덴도 노르웨이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경치가 그만이다. 2시간여를 달리니 ’칼슈타트’라는 호수를 낀 예쁜 도시에 도착하였고 일찍 짐을 풀었다. 시내구경중 성당이 있어 들어 갔는데 오늘 저녁 6시에 ‘콘써트’가 있단다. 저녁식사를 간단히 때우고 식사비를 투자하여 콘써트를 보기로 했다. 장엄한 올갠연주를 시작으로 오슬로대성당 성가대원들의 솔로몬의 잠언을 비롯 성가합창 여러곡이 불리어 지더니, 마지막에는 관현악단과의 앙상블 협연으로 아름답고 성스러운 시간을 끝맺음하였다. 후에 알고보니 올해가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평화동맹을 맺은지 100주년 (실상 북구 3개국은 서로가 전쟁을 수없이 해 왔다 함)이 되는 해라 여러가지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로 오슬로대성당의 성가대가 방문한 것이다. 이렇듯 여행을 다니다보면 뜻하지않게 보너스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내가 연주도중 ‘아들에 대한 훈계를 내용으로 하는 잠언 말씀’ 에 감동되어 눈가에 눈물이 보일 정도로 흡족했던 모양이다. 오늘 주일인데 교회에서 예배 못본것을 대신 보충해준 좋은 시간이었다.
9월 26일 (월) – 스칸디나비아 제일의 도시인 스톡홀름
아침 9시 칼슈타트를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타고 일로일로 ‘스톡홀름’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의 고향땅을 지나고, ‘에스킬스튜나’ 제철소를 거쳐, 왕의 여름궁전이 있는 ‘그립스홀름 성’을 돌아 본뒤 스톡홀름에는 1시 반에 도착하였다.
스톡홀름은 스웨덴의 수도로서 스칸디나비아 도시중 가장 아름다운 도시란다. 도시가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호수에 떠 있는 셈이니 얼마나 아름답겠나. 13세기에 세워진 도시를 근간으로 수세기에 걸쳐 도시계획전문가들이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한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도심으로 나왔다. 우선 내일모래 공항가기 위한 공항버스를 알아본 다음 시내 섭렵에 나섰다. 우선 이 도시의 중심인 ‘세르겔 광장’에 가니 그 기하학적 바닥과 주변의 유리탑 및 분수가 햇볓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고 스웨덴 사람들의 경쾌한 걸음걸이가 눈에 더욱 띄었다.
웅장한 ‘국회의사당’과 ‘왕궁’을 둘러보고 ‘대성당’을 돈후 ‘대광장’으로 나갔다. 이 대광장은 덴마크의 침입을 받아 스웨덴의 귀족 90명이 대학살당한 곳으로 끔찍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앞의 노벨박물관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계단에 앉아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의 구시가지인 ‘감리스탄’에는 좁은 골목길에 상점과 카페등 인파가 넘쳐대고 있었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신시가지의 ‘보행자 전용도로’로 이어진다. 2 km 가 넘는 이 길은 스톡홀름의 번화가로 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도록 난방장치를 했다하니 스톡홀름 시민들의 안식처임에 틀림없다. 그 거리 북쪽 끝에는 ‘회토리에트’광장이 있어 과일과 꽃시장이 열린다. 그 옆에는 ‘콘써트홀’이 푸르름을 띄고 서 있는데, 그곳에서는 매년 12월 10일에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고, 그 건물 앞에는 스웨덴의 조각가 ‘카를 밀레스’의 ‘오르페우스의 샘’이라는 조각작품이 신비감을 더해준다.
어두워지면서 인파도 줄고 상점들도 불을 끄니 번화했던 도시도 쓸쓸해 진다. ‘왕립공원’을 거쳐 근처 불빛이 보이고 사람들이 정장을 하고 들어 가는 곳으로 따라 가보니 ‘오페라 극장’이었다. 이번 프로는 잘 모르겠는데, 다음 프로는 ‘마농 레스꼬’란다. 서둘러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 타고 무사히 호텔로 귀환하였다.
9월 27일 (화) – 스톡홀름에서 북구여행을 끝마치며
오늘은 스톡홀름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북유럽투어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버스를 타고 시내곳곳을 보며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스웨덴의 인구가 얼마전 7백만을 넘어 축제가 열렸고, 스톡홀름은 백7십만명이란다. 14개의 섬가운데 7개를 버스로 돌았다. 아름다운 바다경치와 각양각색의 건축미를 자랑하는 이 도시는 1800년에서 1900년 사이에 세워졌다 하니 그때 우리 선조들은 무엇을 했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 부근에 섬이 전체 24,000개나 있고, 호수는 나라 전체로 96,000개나 된다 하니 가히 물의 나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행복지수는 또 다른 factor로 자살율이 높고 독신아파트가 전체의 60%가 된다 하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시청사’ 로 서둘러 갔다. 그 웅장한 모습이 호숫가에 빛을 발한다. 1923년 10여년의 공사끝에 드디어 완성한 북구의 최대 걸작품답게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있는 ‘Blue Hall’은 이탈리아 피렌체광장을 연상시키듯 조형미가 아름다웠다. 이곳에서는 매년 12월 10일 노벨수상자들을 위한 만찬을 1400명이 모여서 하는 곳이라 한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황금의 방’이 있는데 온통 금박으로 모자이크한 것이 정말로 황홀했다. 천7백만개의 금조각을 100명이 2년동안 붙인 것이라 하니 얼마나 정교하고 화려하겠는가. 여기서는 노벨상 만찬이 끝난후 무도회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11시부터 자유관광을 시작했다. 왕궁의 박물관으로 부터 어제 다 보지 못한 스톡홀름에서 건축미로는 제일 아름답다는 ‘귀족의 집’과 높은 첨탑을 가져 시내 어는 곳에서나 눈에 띄는 ‘리다르홀름 교회’를 돌아 보았다. 어제 아내가 이곳 최고급백화점인 ‘NK’ 에서 테니스 스타 ‘비에른 보리’표 속옷이 50크로네 (우리돈 8천원) 라 붙어 있어 싸다고 하여 아들을 주려고 3개를 샀는데 호텔에 와서 영수증을 보니 그게 아니고 50크로네를 깍아 주는데 1벌에 150 크로네씩이란다. 속옷 3벌에 7만원은 너무 비싸서 오늘 2벌을 가지고 나가 물렀다.
점심먹을 곳을 찾다가 우연히 길가에 ‘남강회관’으로 써있는 한식당을 발견하여 반갑게 들어 가서, 집 떠난지 꼭 한달만에 김치와 밥을 먹으니 속이 한결 개운하다. 김치와 밥을 더 달라고 하여 먹으니, 그래도 역시 우리 한국사람 입에는 김치와 밥이 딱인가 보다.
‘잉그리드 버그만’과 ‘그레타 가르보’로 유명한 이곳 ‘국립극장’을 보고, 이곳 최고급호텔인 ‘그랜드 호텔’ 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에게 엽서를 썼다. 그후 ‘국립미술관’을 둘러보고 ‘세프스홀맨 섬’과 ‘범선 채프맨’이 유스호스텔로 바다위에 떠 있는 모습을 보았고, 1일 자유티켓 산 것을 마저 쓰기 위하여 지하철역사(왕립공원역)에 지하미술한 것을 보고, 버스를 타고 ‘유르고덴 섬’을 일주한후 호텔로 돌아 옴으로 북구여행을 마무리하였다.
내일이면 드디어 우리만의 자유 여행으로 ‘꿈의 나라’ 스페인으로 간다. 그것도 남부의 ‘안달루시아’지방으로…….차를 렌트해 열흘을 돌 예정이다.
